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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일상' 되찾으려는 사투···같이해본 기자는 숨이 턱턱 막혔다

입력 2021년 07월 15일(목) 15:00 수정 2021년 07월 16일(금) 10:38

체감온도가 36도까지 치솟은 15일 오후 1시 광주 서구청 2층 광장에 마련된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 최근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증명이라도 하듯 검사를 받으려는 줄지어 선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를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날 의료진들이 검체를 채취하거나 환자와 대면하는 구역에서 반드시 착용해야만 하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검사자들의 문진 작성 안내 등을 직접 체험해 봤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폭염이라는 강력한 두 적을 맞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고충을 잠시나마 이해하기 위한 기자의 깜짝 도전이었다.

방호복을 입는 착의실 공간은 생각보다 좁았다. 의료진들과 동일한 레벨D 방호복, 덧신, N95 마스크, 페이스쉴드(안면 보호구), 머리망, 라텍스 장갑 2겹까지 모든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데에만 10여분이 걸렸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중무장을 하고 보니 온몸은 이미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로 인해 선별진료소는 불어오는 바람마저도 뜨거웠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얼굴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급기야 등줄기를 타고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고 라텍스 장갑 두 겹을 낀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보기에는 얇아 보여 바람이 잘 통할 것만 같았던 레벨D 방호복은 단 한 줌의 바람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통풍이 안 돼 한증막을 연상케 했다.

특히 의료진과 함께 검사자들의 문진 작성 안내를 도우며 "코로나 검사 받으러 오셨어요?" "신분증 있으세요?" "성함과 주민번호, 주소, 핸드폰 번호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수백번 던지다 보니 땀에 흠뻑 젖은 N95 마스크는 오히려 방해물이었다. 답답함에 빨리 벗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산해진 틈을 타 냉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잠시. 또다시 밀려오는 검사자들로 인해 숨 돌릴 틈 없는 안내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곳에서 검체 채취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의료진은 "선별진료소가 2층 광장 그늘 안에 위치해 있어 그나마 여기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바람은 막을 길이 없어 땀이 비오듯 흐르고 라텍스 장갑을 두 겹이나 착용하다보니 손에 습진까지 생겼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의료진도 "방호복 자체가 통풍이 되지 않아 냉풍기 앞에 있어도 더위를 완전히 식힐 수 없다. 1시간 30분 동안 일을 마치고 나면 녹초가 돼버린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15일 오후 광주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무등일보 이예지 기자가 방역당국의 협조로 레벨D 방호복과 안면보호구 등을 착용한 채 연일 폭염더위 속 코로나 검체 검사에 여념없는 의료진의 고충을 체험하고 있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1시간 30분간의 안내업무를 마치고 좁은 착의실로 돌아가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한 겹씩 벗으니 곳곳에 생채기가 가득했다.

이마에는 페이스쉴드로 인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고 머리망을 벗자 앞머리는 땀에 젖은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라텍스 장갑은 땀으로 벗기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방호복, 보호장구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흠뻑 젖은 N95 마스크를 벗고 나서야 편안한 숨을 쉴 수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기자를 향해 "많이 더웠을 텐데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넨 한 의료진은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무더위에 힘들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방역 최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하루 빨리 진정돼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광주 5개 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선별진료소에 그늘막과 냉풍기 등을 설치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을 위해 이동형 냉방기, 스탠드 냉방기 등 냉풍기를 가동하고 냉조끼와 아이스팩도 지원하고 있지만 레벨D 방호복과 폭염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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