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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곧 돌아오실 것만 같아···김홍빈 대장님, 이 가슴에 살아있다"

입력 2021년 08월 04일(수) 16:04 수정 2021년 08월 04일(수) 19:12
4일 오전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고 김홍빈 대장의 산악인장이 거행된 가운데 조문객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김홍빈 대장은 돌아오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산악인들의 가슴속에 들끓는 의지로서 돌아왔습니다. 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무수한 산을 정복한 김 대장은 산악인들의 영원한 귀감으로 남을 겁니다."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김홍빈(57) 대장의 빈소에는 4일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김 대장의 분향소가 마련된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 1층 현관에서는 고인의 업적을 추모하는 산악인장 장례 절차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다.

김 대장과 생전 교류하던 산악인들을 비롯해 자선활동 등으로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이들은 모두가 한 뜻으로 분향소를 찾아 예를 올리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4일 오전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김홍빈 대장 분향소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체육훈장 '청룡장'(1등급)을 제단에 안치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청룡장 추서·세 번째 산악인장···'최고 예우'

지역 산악인들은 영정사진 속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를 향해 고개를 떨궜다. 영정 속에서 김 대장은 푸른 자연을 배경 삼아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영정을 둘러싼 수많은 국화와 함께 김 대장이 생전 사용해온 등산 장비들이 제단 한 켠에 놓였다. 열 손가락이 없는 김 대장을 위해 특수제작된 얼음벽 등반 장비와, 혹한을 견디게 해준 방한 부츠 등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발자취를 역력히 보여줬다. 산악인들은 떨군 고개 아래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 대장은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자정께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위치한 고산 브로드피크(8천51m)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던 중 해발7천900m 지점에서 크레바스를 통과하다 조난을 당했다. 김 대장은 19일 아침 5시 55분께 위성전화를 이용해 한국으로 구조를 요청했고, 이어 오전 11시께 러시아 구조대의 구조 과정 중 스스로 주마(등강기)를 이용해 올라가다가 다시 추락해 실종됐다.

광주시는 사고수습대책위를 세우고 수색작업을 진행하다 지난 26일 유족들의 요청으로 수색을 중단했다. 사고위는 이후 유족들과의 논의 끝에 김대장의 장례를 산악인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산악인장은 박영석(2011년), 김창호(2018년) 대장 이후 세 번째다.

이날 김 대장의 산악인장에는 정부의 훈장 추서식도 함께 진행됐다. 김 대장에게 수여되는 훈장은 두각을 드러낸 체육인들에게 추서되는 훈장 가운데 가장 등급이 높은 '청룡장'(1등급) 이다.

김 대장의 제단에 '청룡장'을 안치한 황희 문화체육부장관은 "김 대장이 살아온 치열한 삶과 끝없는 도전정신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대한민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고 말하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4일 오전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고 김홍빈 대장의 산악인장이 거행된 가운데 조문객이 통곡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생전 환한 웃음·역경 딛는 장면에 '눈시울'

제단 우측으로는 김 대장의 생전 활동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됐다. 지역 사진작가이자 산악인인 김 대장의 한 지인이 손수 찍은 사진들이다.

2006년 가셔브룸 등반 당시부터 2014년 마나슬루 등반 당시까지 히말라야 최고봉들을 오르던 그의 순간들이 필름에 담겼다. 새하얀 설원을 바탕으로 태극기를 휘날리거나 만세를 부르는 장면부터, 함께 등반한 동료 산악인을 챙기는 모습 등 인간적인 면모들이 주로 찍혀있었다.

지역 산악인들과 김 대장의 지인들은 이 곳을 지나며 저마다 감상에 젖거나 그를 추억했다.

동상 끝에 코가 상한 그의 사진을 본 한 산악인은 "김 대장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지역 산악인으로서 그의 발자취를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빈소에 왔다"며 "매서운 추위에 시리고 힘들었을 고산 등정 당시에도 이렇게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지역 산악인 최길용(49)씨도 "산악인은 산에 묻히는걸 영광이라고 여긴다고 하지만 이렇게 덧없이 가게 돼 너무나도 슬프다"며 "영정 속 환한 미소부터 등정 사진 속의 표정 등 한결같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가 많이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고 김홍빈 대장의 산악인장이 거행된 가운데 그가 생전 사용해온 등반 장비가 제단에 올라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나에게 김 대장은···" 목 메이는 산악인들

김 대장의 빈소에 모인 산악인들은 저마다 생전 김 대장의 모습을 추억했다.

김 대장과 십수년을 동고동락한 지역산악인 이동욱(58)씨는 "2007년 함께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당시가 떠오른다. 김 대장은 헌신적이고 대담한 모습으로 동료 산악인들을 이끌어줬다"며 "실종 소식에도 당연히 위기를 극복하고 돌아올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 오늘까지 이르렀지만 김 대장은 모두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쉴 것이다"고 그를 기렸다.

이선규 광주산악인연맹 전무는 "김 대장의 유품을 어제 정리했다. 가방을 열었을 때 김 대장의 흔적이 너무 많았다. 살아 돌아왔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왈칵 들었다"며 "20년 넘는 세월동안 김 대장과 지내오며 많은 영감을 받아왔다. 이제는 그의 영원한 안식을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피길연 광주산악인연맹 회장은 "김 대장은 일반인도 어려운 14좌 등정을 장애인으로서 해낸 대기록을 세운 산악인이다. 불굴의 산악인 그 자체다"며 "또한 김 대장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많은 것을 나누는 등 모든 분야에서 희망을 전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다. 살아있는 우리들이 그를 본받아 후세에 널리 알릴 수 있길 바란다"고 그를 추모했다.

한편, 브로드피크 원정에 참여한 광주 출신 대원 3명은 이날 새벽 귀국해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2주 의무 격리에 따라 조문 참석이 어려울 전망이다.

김 대장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절차인 영결식은 오는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유가족, 원정대원, 동료 산악인 등이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배웅할 예정이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