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학동참사 현장검증 무단촬영···현대산업개발 또 물의
입력 2021년 08월 27일(금) 15:30 수정 2021년 08월 31일(화) 10:14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4구역 붕괴 참사 사건의 재판을 앞두고 법원이 피고인들을 대동한 현장 검증을 벌였다. 검찰에 기소된 현장 사무소장과 굴삭기 기사는 80여일 만에 다시 찾은 참사 현장에서 담담한 모습으로 검사와 변호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고 유가족들은 이를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광주지법 형사 2단독(부장판사 박민우)은 27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에 대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검찰에서 기일 전 증거 조사를 신청한데 따라 이뤄졌다. 건물 붕괴 과정을 규명하고 잔해물로 남은 증거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 30분. 황색 수형자복 차림으로 모자를 눌러 쓴 피고인 강씨와 조씨가 포승줄에 묶인 채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렸다. 참사 현장은 붕괴 건물이 모두 무너져 지하 공간만 남아 있었으며 콘크리트 더미들과 건물 잔해들이 쌓여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피고인들과 동행한 변호사와 담당판사 등은 참사 현장 중앙부를 가리키며 질문을 주고받았으며 피고인들은 증거물로 채택된 자료들을 읽으며 현장을 설명했다.
피고인들과 재판 관계자들은 부지 뒤편에 마련된 현장 사무소 등을 둘러보며 1시간여 동안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피고인들은 "몇 달 만에 현장에 왔는데 어떤 심정이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호송차에 다시 올랐다.
이날 현장검증을 지켜본 유족측 변호인인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는 "오늘 이 자리는 검찰이 사고 원인과 과정에 대해 재판부에 설명하는 자리다. 기소 사실을 확인하고 검증하기 위해 일련의 절차들이 진행됐다"며 "검증 절차 가운데 담당 판사도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통제선 바깥에서는 참사 유가족들이 이날 현장검증을 참담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일부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 보안 관계자가 법원 허가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무단 촬영하다 유족측과 마찰을 빚는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 검증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사진 촬영이 금지됐다. 유족들의 항의에 보안 관계자는 촬영한 사진들을 모두 삭제하고 현장을 떠났다.
한 유가족은 현장검증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피고인들에게 고함을 치며 울분을 토했다.
이진의 학동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진실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며 "이번 검증을 통해 죄가 있는 자들이 엄벌을 받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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