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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국영수'보다 '다양성' 존중···담양 송강고의 혁신

입력 2021년 09월 27일(월) 18:20 수정 2021년 09월 29일(수) 10:51
민관협업형 공립 대안학교 송강고 전경.

‘상상하라 다르게 상상하라.’ 담양군 봉산면 양지마을에 터를 잡고 지난 3월초 전남 최초의 민관협업형 공립 대안학교로 문을 연 송강고등학교(옛 봉산초교 양지분교) 본관 입구에 커다랗게 쓰여져 있는 문구다. 이 캐치프레이즈처럼 송강고의 교육목표는 남다르다. ‘▲존재에 감사하며,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사람 ▲생명을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 ▲즐거운 상상, 담대한 도전을 즐기는 사람 ▲타인과 공존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자고 주창한다.

따뜻한 인간미 함양은 뒷전인 채 그저 대학입시가 지상 최대의 과제인 양 공붓벌레만 양산시키고 있는 여느 학교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교육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바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품위 있고 절도 있는,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송강고 선명완(59) 초대교장이 학생들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다. 긍정의 눈으로 삶을 응시하면서 항상 깨어있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 사람으로 거듭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선 교장은 "공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며 세워진 전국의 수많은 대안학교가 학령인구의 감소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지켜보면서 대안교육이 패러다임 전환을 구상하게 됐다"고 대안학교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함을 강조한다.

송광고 선명완(59) 초대교장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선 교장은 "교육과 첨단 미래산업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의 틀을 짜고 교육내용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교과서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를 비롯한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미래 삶의 역량을 배양하고 학교에서 사회적응력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생애 창업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어 "전남지역만 해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년에 150~200여명의 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하는 실정"이라며 "대안학교에서 개성과 창의력을 높여주고 상상력과 공동체의식을 키워줄 경우 학생들 모두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송강고는 미래산업과의 접합을 위한 공방형 직업교육을 바라는 학생들만 받아들이고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한다.

한 학년에 15명씩 총 45명 정원이 고작이다. 하지만 개교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1학년만 정원 15명일뿐, 2학년 10명, 3학년 1명 등 모두 26명에 불과하다. 학과목 교사와 공방형 미래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산학협력교사가 각각 13명과 3명 등 16명이나 되고, 교사와 학생들 모두 기숙사에서 무료로 생활한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배울 수 있어 좋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회복됐다며 행복해 한다.

학생들은 국어와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 예술, 체육, 기술 및 가정, 교양 등 보통 교과목을 익히고 공방형 미래 직업교육(목공실, 3D프린팅실, 드론실, 도예실에서 교육), 삶의 여행, 상상과 창업 등 대안교과목에서 창업 기술을 연마하는 대안교육을 받는다. 이때 보통 교과목과 대안교과목의 비율은 3대2로 책정,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예컨대, 전통공방 교육의 경우 ▲목공예 및 도자기공예 ▲금속공예 귀금속, 장신구 ▲옻칠공예 ▲죽공예 ▲천연염색에 대한 공부를 실시하고, 첨단공방 교육은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 ▲신재생에너지 ▲3D ▲AI ▲드론 ▲광산업 등을 다양하게 배운다.

감성공방의 경우 ▲디지털미디어 ▲애니메이션 ▲음악창작 ▲디자인 ▲웹툰 ▲일러스트 등을 익혀 실제로 다큐멘터리 및 영화제작에도 참여한다.

여기에다 방과 후 늦은 밤늦게까지도 교사들이 홈스쿨링으로 학생들이 원할 경우 얼마든지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국어와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 예술, 체육, 기술 및 가정, 교양 등 보통 교과목을 익히고 공방형 미래 직업교육, 삶의 여행, 상상과 창업 등 대안교과목에서 창업 기술을 연마하는 대안교육을 받는다.


특히 학교 너머 학교를 표방하는 로드스쿨은 4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아홉 차례나 실시한다. 4월에는 숲야영 프로그램, 5월 예술문화체험, 6월 무인도 탐사, 7월 진로·직업탐사와 오지탐사 등을 차례로 시행한다. 지난 7월 9박10일간의 제주도 로드스쿨은 극한체험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이 직접 예산을 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인별로 역할분담을 하며 도전정신과 극기를 배우는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교훈을 남겼다.

제주도 로드스쿨을 총괄한 장순희(46·여) 교사는 "낯선 곳에서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며 "체험을 마친 후 영상물까지 제작해 성찰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값진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이은미(46·여) 교사는 "수능 대비 실용영어와 입시 내신 위주의 두 가지 패턴으로 교과과정을 재구성해 수업에 임하고 있다"면서 "행여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방과 후 학생들 수요에 맞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공예 교육을 담당하는 강성(45) 산학협력교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전통 목공과 아트용 현대 목공, 3D 프린터와 라우터, 레이저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목공 분야를 총망라해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들이 현장에서도 배웠던 내용을 십이분 활용 가능하게끔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강고의 이런 특장점이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일까. 현재 전남지역의 경우 11개 중·고등학교가 대안학교로 알려져 있지만 유독 송강고는 거의 매일 전입학을 희망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대기학생 숫자가 무려 64명에 이를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선생님들과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학생수가 적어 교육환경이 쾌적하고 선후배간의 의사소통도 잘 되는 편입니다. 방과 후에도 제가 꿈꾸는 자동차 디자인 관련 제작기술을 공방에서 몰두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기숙사에서도 보충하고 싶은 학과목을 선생님에게 곧바로 여쭤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광주 숭일고에서 1학년까지 다니다 예체능 기술을 마음껏 익힐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송강고로 전학한 배준혁(17·2학년)군은 다시없는 행운이라고 즐거워했다.

지난 6월 담양고에서 송강고로 옮긴 이채은(16·1학년)양은 한마디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저는 천연염색이나 도자기 만들기 같은 예술방면에 관심이 많은데 일반학교에서는 매일 공부만 강요하니 피곤했어요. 무엇보다도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미래직업 교과목을 배우고 좋아하는 분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을 수 있어서 행복지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서고 함께 성장하며 삶을 창업하는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학생중심의 미래형 학습공간인 송강고. 세상과 늘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 꿈을 키우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몇 안 되는 학생들. 그들이 진정 미래사회 속에서 무용대용(無用大用)으로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담양=정태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