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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년 05월 31일(화) 13:26 수정 2022년 05월 31일(화) 20:07

"돌아가시기 전날에도 5·18의 미래를 고민하시고, 다음 달 손주 입대하는 것도 배웅하기로 하셨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5·18사형수였던 우리 아버지, 보고싶습니다."

고(故) 정동년 이사장의 아들 재현씨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5·18민주광장에 울려 퍼졌다. 단상 아래에 모인 유가족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도 침통한 통곡소리가 새어 나왔다.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정 이사장이 31일 5·18민주광장, 5·18기념재단 등을 지나 국립 5·18민주묘지에 영면했다.

영결식과 노제가 치러진 광주 곳곳의 거리는 정 이사장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눈물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 8시20분께 동구 금호장례식장에서는 정 이사장의 3일장을 마무리하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발인식이 진행됐다. 운구차가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출발하자 유족과 5·18 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뒤를 따르며 긴 행렬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5·18 최후 항전지이기도 한 동구 5·18민주광장. 곧이어 진행된 영결식에서 정 이사장의 가족과 벗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의 행적을 기렸다.

단상 위에 헌화장소가 마련되자 수백 명의 추모객이 단상을 둘러싸고 눈물을 훔치며 정 이사장의 영정사진을 올려다봤다. 영정사진 앞으로 흰 국화가 쌓여갈수록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도 커져갔다. 헌화를 마치지 못하고 단상 위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은 "정 이사장은 군부 독재에 의해 사형수라는 멍에를 쓰고도 한 치의 두려움도 없이 민주주의의 십자가를 짊어지신 분"이라며 "이제는 고인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영면하면서 남은 이들의 걸음을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오랜 동지인 박석무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정 이사장은 광주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온갖 투쟁에 앞장선 민주투사였다"며 "민주주의를 꽃피운 고인의 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정 이사장의 장남 재현씨는 "5·18의 미래를 논의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슬프다"며 "늘 태산같았던 아버지에게 감사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눈물을 삼켰다.

한시간 가량의 영결식을 마친 운구차와 추모행렬은 고인이 몸담았던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노제를 진행한 후 북구 영락공원 화장장으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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