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순서' 뒤바뀐 용서와 화해…5·18 단체 의견 대립 팽팽
입력 2023년 02월 15일(수) 17:48 수정 2023년 02월 15일(수) 18:43
일부 5·18단체와 특전사 동지회가 함께 열기로 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앞두고 오월단체 간 의견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서로 만나는 것 자체가 진상규명의 시작'이라는 입장과 진정성 있는 용서와 화해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15일 광주 서구 쌍촌동 부상자회 회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특전사 동지회와 5·18 단체의 만남 자체가 진상규명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의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오월어머니집과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시민사회단체들이 '5·18영령을 기만하는 가짜 화해 정치쇼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한 데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두 단체는 "만나서 신뢰가 쌓이다 보면 80년 당시를 기록했던 일기장이나 메모장 그리고 기억에 근거한 암매장 장소들이 언론 인터뷰에 나올 것이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18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공법단체가 직접 행사를 주최하는데 왜 협조자인 시민사회단체가 직분에 벗어난 행동을 하고 왈가왈부하는 것이냐"며 "행사 당일 서로 멱살 잡고 싸우며 행사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특전사 동지회의 민주묘지 참배를 막는 것이야말로 5·18영령을 욕보이는 행위"라고 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대국민 공동선언식과 민주묘지 참배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민주묘지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달라"며 "이번 행사의 긍정적인 취지를 살펴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광주시의회가 두 단체의 기자회견 직후 공동선언식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추가로 내면서, 오월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의 '포용과 화해' 행사 취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월어머니집과 5·18유족회 등은 계엄군도 군사정권의 명령을 수행하다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왔을 것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용서와 화해의 장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순서가 뒤바뀐 행사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책임자들의 발포명령과 암매장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용서와 화해는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다.
오월어머니집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진정한 용서와 화해는 가해자들의 고백과 사과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공동선언식 중단을 촉구했다.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5·18유족회도 "진실규명을 위한 양심선언이나 계엄군 수뇌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공동선언식 불참 결정문을 냈다.
광주시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배상, 기념사업이라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5개 원칙 중 안타깝게도 어느 것 하나 완성하지 못했고, 특별법에 따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현재 조사 중인 과제가 237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자이자 가해자인 계엄군을 포용하고 화해로 나아간다는 것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며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의견에 힘을 보탰다.
광주진보연대는 "두 단체가 강행하는 대국민 공동선언식은 이미 국민 설득력을 잃었다. 선언식 취지와 내용을 봐도 전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80년 당시 발포책임자와 지휘관, 계엄군 수뇌부에 대한 준엄한 책임을 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공동선언식 철회를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용서는 진정한 참회와 진상규명이 전제돼야 한다"며 공동선언식을 반대하고 나섰다.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책임자들은 여전히 발포 명령을 부인하고 수많은 행방불명자들이 어디에 묻혔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무는 등 5·18 진상은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당시 계엄군을 이끌며 광주시민을 학살했던 주범들의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하고 진상규명에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과 양심 고백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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