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분열된 오월...극한 대립 속 강행된 대국민 선언식
입력 2023년 02월 19일(일) 16:28 수정 2023년 02월 19일(일) 17:40
일부 5·18 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의 '대국민 공동선언식'이 오월단체 간 극한대립 속에 강행됐다. 소통의 물꼬를 터 국민대통합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공동선언식 취지가 무색할 만큼 행사 당일까지 불협화음이 이어져 오월단체 간 통합도 이루지 못한 반쪽짜리 행사였다는 지적이다.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었다.
행사 시작 1시간여 전부터 행사장 앞에 모인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용서와 화해는 있을 수 없다'며 행사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으며, 일부 5·18 단체 회원들은 주최 측과의 대립 끝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시민단체 회원들은 "계엄군은 물러나라, 물러나라"라며 1980년 5월 항쟁 당시 시위대가 부르던 노래를 부렀으며 행사장 입구 앞에 드러누워 손팻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곳곳에서 반대 여론이 쏟아지자 기존에 계획했던 식순을 일부 축소해 경과보고, 공동선언문 발표, 선언 조인식 순으로 진행했다.
두 단체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5·18은 올바른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굳은 신념과 정의감의 발로였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변천 과정에서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18 당시 엄정한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군인의 신분으로 상부의 명령에 따라 광주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 계엄군들을 민주시민의 정의로운 항거를 억압한 가해자로 볼 것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로 바라봐야 한다"며 "양측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시비론(是非論)적 관점이 아니라 양시론(兩是論)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5가지의 행동강령에서도 매년 국립5·18민주묘지와 국립서울현충원을 합동 참배하는 것을 약속하는 등 5·18의 숭고한 정신이 지속적으로 계승·발전되도록 서로 적극 협력하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대동정신을 실천해 국민대통합 구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조인식 직후 진행된 광주출신 공수부대 장교와 5·18 최초 사망자 어머니의 모자결연식은 임근단 여사가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뤄지지 않았으며, 논란을 빚었던 '검은 베레모' 제창도 진행되지 않았다.
당초 이날 오후 2시께 계획했던 민주묘지 참배도 별도 예고 없이 행사 직전 일부 5·18 단체 회장단과 특전사 동지회 집행부끼리 조용히 이뤄졌다.
이를 두고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정식 참배한다고 해놓고는 변경 신고도 없이 몰래 참배를 하고 왔다. 떳떳하지 못하니 도둑참배를 하고 온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이날 행사에 대해 단체 간 통합도 이루지 못한 반쪽짜리 행사라고 평가했다.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공법단체인 만큼 대표성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이들 단체가 마치 5·18 유족들을 대표하는 듯한 행위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최익봉 특전사 동지회 총재의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은 '질서유지의 임무'를 맡았다"는 발언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 대해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질서유지라는 표현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참배도 기습적으로 진행해 '도둑 참배'라는 비난까지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들을 찌르고 죽인 사람은 도대체 누구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3천500여명씩이나 광주를 찾아 어떤 질서 유지를 했는지부터 분명하게 밝히고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도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죄가 없는 용서와 화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 5·18이 공법단체의 전유물도 아니다"며 "오월단체 간 화합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국민 공동선언을 강행한 공법단체의 행동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 앞으로 진상규명을 비롯해 광주시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막아설 것이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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