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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붕괴될 게 또 붕괴됐나, 광양 산사태 '인재' 논란

입력 2021년 07월 06일(화) 13:18 수정 2021년 07월 13일(화) 15:31

전남지역 곳곳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6일 오후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탄치마을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 4채를 덮쳤다. 119구조대원들이 이 사고로 토사에 매몰돼 숨진 80대 여성을 옮기고 있다. 임정옥 기자 joi5605@mdilbo.com

"지난해 마을 위 공사장에서 바위가 굴러내려오고 비만 오면 토사가 쏟아져 광양시청에 민원까지 넣었는데 결국 이렇게 사고가 났습니다"

6일 오전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탄치마을 주민들은 "전형적인 인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양시에 따르면 매몰된 주택 상부에 지난 2019년 4월 허가에 따른 다세대주택 터 닦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총 3천300㎡의 공사 현장은 아래 주택들이 있는 경사면 상부에서 진행돼 이 마을 주민들은 '위험하다'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공사장에서 돌덩이가 굴러 민가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화가 난 주민들은 광양시에 철저한 감독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공사장 관계자가 집을 방문해 수리를 해줬으나, 광양시의 후속 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비가 오면 토사가 밀려오고, 돌이 수시로 굴러와 평소에도 붕괴 위험을 느꼈다"며 "공사장 아래 10여 가구가 사는데 광양시에 진정을 넣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다른 주민은 "평탄화 작업을 할때 큰 바위를 먼저 쌓은 뒤 단단하게 작업을 해야 하는데, 흙만 쌓아 다진 탓인지 토사가 자주 흘러 내렸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나서야 석축을 쌓았다"고 말했다.

반면 광양시는 돌이 떨어졌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건축 허가팀에서 지난해 하반기께 공사 중지 요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광양시는 1월 석축 쌓을 당시 사업부지 경계에 석축이 있으면 위험하니, 일정 간격 떨어져서 시공하라고 이격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6월 주민들은 공사장에 대한 민원을 다시 제기, 광양시는 현장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은 이미 석축이 쌓인 뒤였고 우기철 배수로 설치를 요구한 뒤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광양시는 공사업체와 토목설계업체 측에 사면 안전성 검토를 통한 객관적 자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나, 법적으로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공사장이 위험하다는 주민 민원에 따라 현장 위험도를 파악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사면 안전성 검토를 요구했으나, 공사장 측에서 '이건 필요 없다'고 거부했다"면서 "법적의무사항 아니어서 강제로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민원에 따라 현장에 갔을 때 우기철을 앞두고 배수로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으나 실질적 조치가 안됐다"고 했다.

광양시는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부실시공 및 안전조치 위반 등 정밀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공사장은 한 업체가 단독주택 3채를 짓기 위해 2년전부터 공사를 진행 중인 곳이다. 올해 1월 높이 1.5m 크기의 석축을 쌓았으나 이날 새벽 내린 폭우로 석축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민가를 덮쳤다. 흙과 바위는 20∼30년 수령의 밤나무를 모두 쓰러뜨린 뒤 민가와 창고건물 등 4채를 덮쳤다.

주택 한곳에 있던 A(82·여)씨가 매몰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다. A씨는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면사무소 직원과 휴대전화로 연결됐지만, 대답은 없었다.

한때 A씨의 휴대전화가 통화음이 뜨자 가족들이 놀라기도 했지만, 한꺼번에 통화가 몰리면서 통화음이 뜬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음파 탐지기를 비롯해 119 특수구조대를 투입해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비가 강하게 내리는 데다 비를 머금은 잔해가 무거워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전남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광양에는 전날부터 이날 낮 12시 기준 240mm의 비가 내렸다.

김종찬 기자 jck41511@mdilbo.com·광양=이승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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