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총괄코치 "실력·성실 갖춘 선수에 기회를"
입력 2020년 11월 08일(일) 16:58 수정 2020년 11월 16일(월) 15:05
"실력과 성실함을 갖춘 선수에게 기회 더 많이 줘야죠."
KIA 타이거즈의 2군 지도자로 합류하게 된 이범호(39) 총괄코치가 이같이 말했다.
이 총괄코치는 최근 퓨처스 총괄 코치 임무를 부여받아 함평-기아 챌린저스필드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6일 만난 이 총괄코치는 퓨처스(2군) 선수와 2021년 신인 선수 36명과 함께 내년 시즌을 준비했다. 프로선수 은퇴 후 지도자로서 내딛은 첫 걸음이라서 아직 어색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분명한 원칙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윌리엄스 감독의 방향성에 맞춰 선수들을 육성하고 도와 더 강한 KIA가 될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이범호 총괄코치 일문일답.
-총괄코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단장님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웃음). 그래서 내가 '벌써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단장님이 육성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쇄신할 필요도 있어 해보자고 말씀하더라. 어려운 자리지만, 윌리엄스 감독님이 미국에서 야구를 했던 외국인이라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까 도와 줘야 한다고 했다. 그 말씀을 듣고 한번 해보겠다고 전했다.
-제안을 수락할 때까지 시간은 짧았지만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미팅을 어떻게 해야 하고, 일정을 어떻게 짜야하며, 모르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부분들이 힘들더라. 차츰 적응해야하고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이다. 총괄코치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내 옆에 훌륭한 코칭스탭이 많이 때문에 노력하고, 그분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일정을 잘 짜서 선수들을 잘 키우겠다. 선수들의 성적을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니까.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밑에서 잘 돕겠다.
-제자들을 본 느낌은 어땠나.
▲항상 뒤에서 코칭스텝을 보다가 이제는 코칭스텝으로 선수들을 보게 됐다. 전체적으로 보게 되니까 그런지 아직 개개인은 잘 보이지 않더라.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코칭스텝과 이야기하다보면, 선수 개개인에 대해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는 것과 좋은 선수가 되는지, 지켜보고 육성하는 것이 나와 코칭스텝의 임무다. 내가 걸어왔던 것처럼 KIA에 있는 후배들도 멋진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끔 좋은 사람, 선수가 되도록 노력해보겠다.
-선수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그냥 보내는 시간들이 아니다. 프로에 들어오면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많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좋은 선수들이 매년 들어온다. 좋은 선수가 돼야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어떤 선수는 대스타가 되고, 어떤 선수는 그만두고 나가는 상황이 생긴다. 그만두지 않고 대스타로 가는 길을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 길은 훈련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젊을 때 훈련을 많이 해야 몸에 배고, 20대 중반이 됐을 때 좋은 성적으로 나타난다. 어린 총괄이 들어왔으니까 같이 모여서 좀 많은 훈련을 하면서 그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우선 이것이 첫 번째 목표다.
-윌리엄스 감독과 방향을 맞춰야 할 텐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윌리엄스 감독님은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고, 또 설명도 잘해줘야 할 것 같다. 좋은 선수들이 잘 길러지는 게 지금 구단이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생각을 해 나를 불러 준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구단의 생각을 잘 읽어야겠다. 윌리엄스 감독님이 올해 어떤 시즌을 보냈고, 앞으로 어떻게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말씀을 해줬다.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것이 내 임무다. 모자랐던 것이 채워진다면 5강이 아니라 더 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말씀으로 들렸다. 가장 중요했던 것이 어떤 것이고 모자랐던 것이 어떤 것인지 가장 먼저 파악하고, 코칭스텝과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하자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시선도 있다. 미국에서 짧게나마 경험을 했는데.
▲누구나 처음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큰 폭에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 줬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다 배울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프로 생활을 20년 했으니까 어느 정도 시간만 지나면 거기에 맞게 습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도 있기 때문에 이게 장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육성에 있어서 원칙이 있다면.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실력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그 선수들이 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할 때와 생활할 때 성실해야 하고, 우리가 밀어붙였을 때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행동하는 자세 등이 전제조건으로 붙을 것 같다. 어렵겠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빠른 시간 안에 윌리엄스 감독님이 콜 업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정답인 듯하다. 그게 선수들에게도 가장 큰 선물이라고 본다. 야구 열심히 하고, 잘하고, 성실하게 하는 선수부터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원칙으로 나갈 생각이다.
-많은 감독을 거쳤는데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나를 거쳤던 많은 감독님들의 강점을 다 섞고 싶다. 은퇴 후 1년 여 동안 내 나름대로 생각해왔다. 그분들의 장점만 흡수하고 단점들을 제거하면 내가 조금 더 나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경국기자 hkk4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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