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무등일보 TV

[영상] 대기업 사표 던지고···고추처럼 맵게, 고구마처럼 달게 삽니다

입력 2021년 11월 15일(월) 17:47 수정 2021년 12월 01일(수) 11:29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한 신원재(37)씨는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게 맞는 삶인가'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인 이담인(40)씨를 만난 후 과감히 귀농을 결심했다. 이씨 역시 회사 업무가 늘면서 몸이 아파지고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 결혼과 임신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남편에게 귀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실행에 옮겼다.

귀농지로 부모님의 밭 1천400평이 있는 이씨의 친정인 영광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귀농 교육을 받고 2019년 귀농해 친환경 고추를 심는 청년 농부가 됐다.

올해 3년째인 청년귀농 부부는 우리 먹거리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커지고 있다.


◆수고로운 무농약 농사

3년 차 초보 농부인 신씨 부부의 하루는 새벽 4시30분에 시작된다. 1천400평 밭에 고추와 고구마를 심었다. 직장 출근에 익숙한 탓인지 이른 새벽 기상이 힘들지는 않다. 불 켜지고 따뜻한 직장이 아닌 산비탈 아래 황량한 밭으로 향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아직 아침 빛이 다 밝기 전부터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 잡초도 뽑고 약재도 뿌린다. 부부는 귀농 시작부터 무농약 농사를 다짐하고 약속했다.

건강한 식탁에 오르는 작물을 키우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시작했고, 건강한 음식은 친환경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무농약을 고집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뿌려야 하는 약재는 친환경 인증 제품만 사용한다.약이 강하지 않다 보니 벌레를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횟수를 뿌려야 한다. 남들은 1~2회 뿌리면 되는 약재를 신씨 부부는 몇 배나 더 많이 뿌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초보의 실수, 악재까지 겹쳐

신씨 부부가 키우는 밭은 아내 이씨의 부모님의 밭이다. 이곳의 가장 큰 단점은 산 바로 아래 위치해 그늘이 빨리 생기고 볕도 일찍 진다는 것이다. 오전 중 그늘진 곳이 생겨버리는데다 오후에도 다른 밭보다 일찍 볕을 받을 수 없는 위치다.

이들이 귀농하면서 밭을 구하려고 했지만, 구입할 수도 없고 임대할 수도 없어 궁여지책으로 부모님 밭을 빌린 것이다. 작물에게 가장 중요한 햇볕에 제한이 걸리니 작물 키우는데 몇 배나 더 힘들다.

하지만 올해 농협과 계약 재배를 진행한데다 생산자조합에서 판매도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수익도 낼 수 있게 됐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기른 작물을 홍보도 하고 SNS도 시작했고 유튜브도 조만간 개설할 예정이다.

올해 수확한 고구마도 '친환경 무농약'이라고 알려지면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고구마가 생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지금은 계약 재배가 80%에 이르지만 내년부터는 재배량 절반 이상을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이담인씨는 "고추나 배추, 고구마 등 노지 작물은 자연환경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것이 신기하다면 하우스 작물은 작은 모종에 물을 주면 커가는 과정이 새롭다"며 "돈이 된다고 솔깃해서 곧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 작물을 조금씩 늘리고 다양하게 시도하다가 나에게 맞는다고 판단되면 집중적으로 키울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골 살이, 자유롭지만 텃세도 심해

신씨 부부는 귀농 후 목가적인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농촌의 불편함에 직면해 도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 영광 생활의 만족도가 높다.

사고 싶은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 관계에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이 큰 몫을 한다.

여기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궂은 날 얻게되는 '뜻하지 않는 휴가'도 큰 재미다. 야외 활동에 적극적인 이런 날 신씨는 아내와 낚시나 등산을 같이 가고 싶지만, '집순이'인 이씨는 집에서 편히 쉬고 싶어 해 마찰을 빚고 싸우기도 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지만, 이들 부부가 겪은 귀농 생활의 어려움은 귀농을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이들은 귀농하면서부터 동네 주민들의 텃세를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직접 겪으니 예상보다 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텃세는 지난 해 가을 사건이었다. 추수가 끝난 어느 날 동네 어르신이 부부 집에 기르던 개 두마리에게 무언가 주는 것을 보고 확인해보니 먹다 남은 고기였다.

이에 이씨가 그 어르신에게 "먹다 남은 고기를 주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자 버럭 화를 내시며 "다른 개들은 다 잘먹길래 준건데, 뭐가 문제냐. 버릇없이 어른이 하는 일에 시비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후 이 어르신 뿐 아니라 몇몇 주민들도 이들 부부의 인사를 받지 않고 외면하기 일쑤였다.

이씨는 잘못한 일 없이 왕따를 당했다고 생각하자 남편과 이야기하다 펑펑 울다 '당장 올라가자'는 말까지 나왔다.

이씨는 "부모님이 오랫동안 살았고, 나도 어릴적 살던 동네였다. 낯선 사람도 아닐 뿐더러, 낯선 사람이라도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화도 나고 아쉬웠다"며 "남편이 연고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느꼈다"고 아쉬워했다.

◆청춘에 도전, 하지만 준비는 철저

신씨 부부는 "귀농은 젊을 때 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더 부지런할 수 있고, 더 다양한 시도와 실패에도 일어서는 게 쉽기 때문이다. 귀농에 앞서 아무리 많은 교육과 실습을 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시작할 때는 알지 못하는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지 정하면 거기에 맞는 토양과 작물, 비료 공부는 물론 날씨에 대해서도 전문가 수준이 돼야 한다.

신씨는 귀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 만큼 부지런해야 하고, 꾸준히 일해야 하니 근면해야 한다. 또 하나의 생명을 키우고 기른다는 마음에 작물을 방치해서도 안된다. 작물 특성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귀농 자금 역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토지 구입이나 여러 재료, 농기구 대여에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씨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정착자금 등에 의존하면 나중에 이 지원금을 갚는데 압박을 받게 된다"며 "초기 구입비와 실패를 대비한 자금은 마련하고 귀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영광=한상목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