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무등일보 TV

[영상] 35년 만에 아들과 나란히 놓인 영정사진···유족들 '통곡'

입력 2022년 01월 11일(화) 15:35 수정 2022년 01월 14일(금) 17:42

"그동안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한 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앞으로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겠다. 그곳에 먼저 간 아버지와 한열이를 만나서 평안하시길 바란다."

지난 9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11일 아들의 곁으로 떠났다.

이날 오전 9시10분께 배은심 여사의 발인식이 열린 조선대학교병원 제1장례식장 앞에서는 가족들의 오열과 통곡 소리로 가득했다. 운구차에 실리기 전 어머니의 차가운 관 위로 눈송이가 떨어지자 자녀들은 "어머니"를 더욱 크게 외쳤다.

배 여사의 얼굴 사진을 단 차량이 앞장서자 그 뒤로 운구차와 지인들을 실은 버스들이 출발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들의 마지막 항전이 펼쳐진 곳인 5·18 민주광장.


가족들과 '민주의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민주광장에서 1시간여 동안 노제를 진행했다. 200여명의 지역민과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한 노제에서는 생전 배 여사가 인터뷰했던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배 여사가 이한열 열사의 영정사진을 손에 들고 "네가 왜 거기에 있노. 왜 거기에 있었어."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모습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이자 ‘시대의 어머니’로 불린 고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이 1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노제와 겸해 열렸다.이날 참가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박봉주 광주전남추모연대 공동대표는 추모사에서 "이 열사가 죽은 후 35년간 배 여사는 아들이 왜 그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을 풀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며 "춥고 배고픈 사회적 약자들은 아직 배 여사가 품어주셨던 따뜻한 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한동건 상임장례위원장도 "35년간 노동자와 학생들의 데모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배 여사가 계셨다"며 "배 여사가 죽기 전 마지막까지 제정하고자 했으나 불발된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 것이 배 여사의 마지막 유지를 들어들이는 방법인 것 같다"고 전했다.

1시간여의 노제는 배 여사에게 헌화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후 장례위는 배 여사가 살았던 동구 지산동 자택을 들렸다가 곧바로 이 열사가 묻힌 민족민주열사 묘역으로 향했다. 배 여사는 가족들의 손에 들려진 영정사진으로 한열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장지인 구묘역 8묘역에 도착하자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하관을 하고 성토가 시작되자 '엄마'라는 소리 외에는 통곡소리만 가득했다.

배 여사의 장녀인 이숙례씨는 "그동안 어머니의 자녀로 살면서 한없는 부족함을 느꼈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낸 그 세월이 35년이다"며 "그 곳에서 한열이와 그 곁으로 먼저 간 아버지, 그들과 만나 평안한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앞서 배 여사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전날 퇴원했다. 퇴원 후 주변인과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건강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으나 하루 만에 다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이자 '시대의 어머니'로 불린 고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이 1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노제와 겸해 열렸다.이날 참가자들이 이한열 열사가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는 영상을 보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배 여사는 1987년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이한열 열사의 모친으로 아들이 민주화 투쟁을 하던 중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는 것을 알고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가입해 대학생, 노동자, 농민 등의 민주화 시위·집회 현장에도 참석했으며, 1998년에는 유가족협의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이끌었다. 2019년 용산참사 투쟁에도 참여했다.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